정책이야기[12호] 2018년 한국 ODA, 무엇이 바뀌나? : 「'18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분석

20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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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 ODA, 무엇이 바뀌나?
: 「'18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분석



대통령 탄핵에서부터 조기 대선, 정권교체에 이르기까지 2017년은 그야말로 격변의 한 해였다. 한국 사회의 해묵은 문제들이 ‘적폐’의 이름으로 곳곳에서 부상했고, ODA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6년 국정농단과 함께 불거진 ‘코리아에이드’에 이어 지난해 초에는 ‘미얀마 K타운’ 문제가 등장했고 이와 연루된 코이카 이사장도 자진 사퇴하면서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역사상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을 맞았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제29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한 듯 새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추진방향을 “효과적 ODA”, “투명한 ODA”, “함께하는 ODA”로 발표하고, ‘코리아에이드’와 ‘새마을 ODA’ 등을 직접 언급하면서 핵심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기존 사업들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정리되어 「’18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에 담겼다.
 
지난해 12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2018년 예산안이 통과된 데 이어 28일에 열린 제30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이하 국개위)는 최종 확정된 ODA 예산을 토대로 「’18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확정액 기준)」을 의결했다. 5년마다 수립하는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16-’20)」의 세 가지 추진 방향에 따라 매년 세부계획을 설정해야 할 시행계획이 정부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장기방향을 수정해도 되는 지
[1], 이러한 시행계획을 서면회의로 의결하는 국개위가 과연 조정기구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 문제제기는 이미 피움에서 여러 번 지적했기 때문에 이번 호에서는 「’18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이하 시행계획)」을 중심으로 올해, 나아가 향후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 ODA는 무엇이 바뀌는지, 특히 주목해야 할 몇 가지 변화를 살펴본다(아래 표 1 참조).


<표 1> ‘18년 국제개발협력 시행계획 주요 추진방향



ODA 예산 3조 원 돌파, 2020년 ODA/GNI 0.2% 달성 가능하나


먼저 올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ODA 규모가 처음으로 3조 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2018년 ODA 예산은 지난해 2조 6,359억 원 대비 4,123억이 증가한 총 3조 482억이다. 정부는 2015년까지 ODA/GNI 비율 0.25% 달성 목표에 실패한 이후,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16-’20)」에서 2016년부터 매년 0.01%씩 증가해 2020년까지 0.2%를 달성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6년은 0.16%로 목표치보다 0.01%가 더 많다(2017년은 올해 집계예정).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2010년의 예산이 약 1조 1천억 원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8년 만에 약 3배 이상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3조’는 분명 의미 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매년 실시하는 ODA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지지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고
[2], 국내 경제도 그다지 좋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 0.2%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들의 인식과 지지를 높여가는 동시에 증가한 예산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올해 ODA 사업에 참여하는 정부부처 및 기관은 총 41개로 지난해와 비교해 보훈처, 검찰청, 안전처 등 중앙행정기관 3개가 감소하고 지방자치단체 중 광주, 제주가 새로 추가되었다. 사업 수는 1,312개로 지난해 대비 69개가 증가했다. 예산액 기준으로 양자협력 대 다자협력 비율은 78:22로 작년보다 다자협력 비율이 소폭 증가했고, 유상협력 대 무상협력 비율은 44:56으로 무상 비율이 소폭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37%, 아프리카 18.3%, 중동 CIS 11.9%, 중남미 7.3%, 오세아니아 0.6% 순서로 작년보다 중동CIS와 중남미 비중이 증가했다.
 

은근슬쩍 넘어간 ‘코리아에이드’, 슬그머니 부활한 ‘새마을 ODA’


18년 시행계획은 첫 번째 추진 방향인 <효과적 ODA>에서 ‘핵심원칙에 부합되지 않는 등 논란이 있었던 기존 일부 사업들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순실과 미르재단 개입으로 논란이 된 ‘코리아에이드’ 사업과 박근혜 정부에서 대폭 확대한 ‘새마을 ODA’이다. 코리아에이드의 경우, 지난해 코이카에서 사업 명칭과 내용을 모두 변경해 모자보건 아웃리치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추진 당시 제기된 의혹과 책임에는 분명히 답하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외교부가 과거 미르재단의 코리아에이드 참여를 누락해 문서를 조작했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자체 조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고(피움 11호 참조), 지난 12월 26일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외교부는 당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에서 코리아에이드 관련 내용은 답변의 통일성을 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지침을 내렸고, 국회 문서 제출과정에서 미르재단 관계자의 참석 내용이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외교부가 당시 미르재단의 실체를 인지하지 못했고, 사업 세부내용과 관련한 일부 수정의견을 제시하는 등 주로 수동적으로 주어진 일만 담당했다며 책임을 축소했다. 이러한 결과로 외교부가 코리아에이드 추진 책임은 벗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사업 담당부처가 참여 주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했다는 것은 결국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외교부 자체조사 발표 다음 날인 27일에는 감사원이 코리아에이드사업 정보공개 업무 처리에 관한감사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감사는 코이카가 코리아에이드 사업추진계획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외교부가 미르재단의 개입을 삭제하도록 부당지시 했다는 공익감사청구에 따라 진행한 것이었다. 감사원은 코이카의 모 단장이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미르재단 관련 내용이 삭제되었다며 해당 직원은 이미 명예퇴직한 상태로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외교부에 대해서도 부당지시 했다고 볼 근거가 없어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문제’는 있지만,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코리아에이드 사태는 비단 전 정부의 소수 권력자만이 아니라 이를 묵인하고 나아가 동조했던 부처와 기관, 비정상적인 절차를 가능하게 했던 한국 국제개발협력 추진체계가 만든 최악의 결과였다.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개선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새마을 ODA’도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정치적 의도에 따라 지나치게 확대되었다는 비판에 따라 문재인 정부 초기 국개위 산하의 새마을 분과위를 폐지하고, 새마을 봉사단을 없애는 등 대폭 축소하는 분위기였으나, 올해 새마을 ODA 예산이 확대되면서 다시 슬그머니 부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마닐라에서 개최된 제19차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가해 미얀마 등 몇몇 국가 정상들에게 새마을운동 지원에 대한 감사 인사를 들었고, 이후 “새마을운동을 비롯해 전 정부 추진 내용이라도 성과가 있다면 지속해서 추진하도록 여건을 조성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민주당 측도 새마을 ODA 예산에 크게 반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예상과 달리 새마을 ODA 예산은 감액은커녕 되려 확대되었다.


<표 2> ‘새마을 ODA’ 사업 명칭 및 예산 비교

'18년 국제개발협력 시행계획
(요구액 기준/2017.06 발표)
'18년 국제개발협력 시행계획
(요구액 기준/2017.06 발표)
2017년 예산
르완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35억)
르완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42억 9.200만)
12억 5,000만
에티오피아 암하라주 농촌개발전략 컨설팅 및
시범마을 사업(14억)

에티오피아 암하라주 새마을운동 사업
(15억 3,400만)

5,000만
필리핀 파나이섬 고지대 농촌종합개발사업
(20억)

필리핀 파나이섬 고지대 새마을 농촌종합개발사업(21억 8,000만)

15억
키르기즈공화국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촌개발 시범사업(9억 8,700만)
키르기즈공화국 새마을 기반 지역개발 시범사업
(9억 9,400만)

5,000만

* 출처: '18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외교부도 애초 코이카가 추진하던 기존 새마을 ODA 사업을 농촌종합개발사업으로 개편하기로 하고, 실제로 작년 6월 발표한 요구액 기준 ‘18년 시행계획에는 ‘새마을’ 명칭을 모두 삭제하고 농촌개발사업으로 대체했다(표 2 참조). 하지만 12월 발표한 확정액 기준 시행계획에는 새마을 명칭이 다시 추가되었으며, 코이카 이미경 신임 이사장도 취임 이후 인터뷰에서 “새마을로 해서 특히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살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아세안 정상회의 이후 정부 기조가 변하면서 외교부와 코이카의 입장도 바뀐 것으로 추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당시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이 보낸 질의서 답변에서 ‘새마을 ODA’에 대해 한국에서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업을 해외에서 ODA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지속성’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원칙에 부합하고 적합한지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부 국가의 감사 인사만으로 갑자기 타당성이 검증되고, 성과가 입증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유·무상 연계 협의회’ 신설과 ‘융합예산’ 도입, 분절화 완화 가능할까

정부는 그간 분절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개위에서 유·무상 사업을 연계하고, 무상원조관계기관협의회에서 무상 사업을 연계하는 등 부처별, 기관별 사업 중복을 방지하고 연계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감사원의 「공적개발원조(ODA) 추진실태」 결과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분절화된 추진체계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와 국개위의 조정기능 미흡 등의 문제로 이러한 방안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았다. 그러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99-4. 체계적·통합적·효율적 개발원조 추진>을 내세우면서 유·무상 원조의 전략적 연계 강화가 이번 시행계획의 주요한 과제로 포함됐다. 특히 유·무상을 주관하는 부처 및 기관인 국조실, 기재부, 외교부, EDCF, 코이카 등을 중심으로 한 ‘유·무상 연계 협의회’를 신설해 연계사업을 상시로 발굴하고, 추진현황 및 실적을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시행계획에 명시된 대로 기존의 국개위가 실질적으로 유·무상 연계·조정의 역할을 담당하는 상황에서, 신설한 협의회는 어떤 차별점이 있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연계 효과가 있을지 두고 보아야 한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지난해 3월 발표한 2018년 예산안 편성지침에서 처음으로 ‘융합예산’을 도입하고, 올해부터 ODA, 대학창업, 관광 3대 분야에 시범적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융합예산은 부처 칸막이를 해소하고 기관 간 협업과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유사 사업들에 대해 부처 간 사전협의를 거쳐 기재부에 별도 예산을 신청하는 제도로, ODA 분야는 그간 워낙 분절화 문제가 심각했던만큼 이번 시범분야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융합예산을 통해 기존의 사후적인 연계, 조정이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기관 간 공동 기획이 가능하다면 사업 간 중복 문제를 방지하는 데에도 일정 정도 효과가 있으리라 예상된다.
 

사업 전 과정의 투명성 제고와 정보공개 확대

이번 시행계획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있는 한 가지를 꼽자면 ‘투명성’이다. 물론 투명성은 한국 국제개발협력에서 항상 중요한 이슈였지만, 이번에는 특히 3대 추진 방향 중 하나로 ‘투명한 ODA’를 전면에 내세웠다. 아무래도 코리아에이드 등 최순실 ODA 이권개입 사태를 통해 투명성과 책무성이 더욱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비중 있게 다룬 것으로 보인다. ‘투명한 ODA’를 위한 하위 과제는 크게 ODA 사업 전 과정의 투명성 제고와 대국민 정보공개 확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사업정보 공개 확대 등의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ODA 사업 기획에서부터 착수, 수행, 성과점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외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고 결과를 공개해 부적절한 개입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기획 단계에서 사전타당성 조사 등 기본요건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사업 기획〮발굴 단계부터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사업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이어 착수 단계에서는 각 사업 시행기관뿐 아니라 위탁기관의 리스트를 공개하고, 수행 단계에서는 주관기관의 점검과 재외공관의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 전반적으로 현지 이행점검을 강화한다. 마지막 평가 단계에서도 시행기관 자체평가에 민간전문가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평가결과보고서를 공개한다. 또한, 유무상 분야별 표준 사업심의절차를 마련해 절차를 표준화하고, 이를 모든 기관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 아닌가 싶겠지만, 놀랍게도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모든 사업이 사전타당성 조사를 하는 것도 아니었고, 평가보고서의 공개 여부도 기관과 사업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다만 유상의 경우 사업 진행상황과 관련 법규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한다고 여지를 남겼는데, 유상사업의 투명성이 훨씬 미흡한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또, 정보공개에서도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 공개, 평가보고서 공개 외에 모든 과정이 말 그대로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실질적인 ‘사업 전 과정의 투명성 제고’가 가능할 것이다.
 
또, 대국민 정보공개 확대를 위한 ODA 통계시스템(stats.odakorea.go.kr)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재정비할 계획이다. 지원국가 및 금액을 시각화하고 연도별, 국가별, 지역별, 분야별, 소득수준별 비교가 가능하도록 총괄 조회기능을 활성화하며, 사업 정보의 공개범위도 기존 사업명, 금액 공개에서 사업내용, 세부사업 리스트, 지원조건, 사업수행기관 등 상세정보가 추가된다. 이는 정보의 단순공개 못지않게 사용자들이 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발전대안 피다를 포함한 시민사회가 계속 요구했던 주장이기도 하다.
 
2015년에 가입한 국제원조투명성기구(이하 IATI) 정보공개도 올해는 EDCF와 코이카 외에 12개 부처 및 청이 총 22개 항목을 공개할 예정이다. 2016년에 두 기관이 필수공개 항목 13개만 공개했던 것에 비교하면 매년 공개항목과 참여기관을 늘려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다(표 3 참조). IATI 정보공개에 참여하는 예산 규모가 큰 주요기관 외에 나머지 다수 기관의 정보공개 수준은 극히 낮아 기관별 편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정보공개를 독려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민사회의 정보공개 참여 독려’도 따로 명시하고 있는데, 정부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도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표 3> 연도별 IATI 정보공개 현황


2016년
2017년
2018년 (예정)
정보공개 항목 수 
13개
18개
22개
참여기관
EDCF, 코이카
EDCF, 코이카, 기재부,
외교부, 복지부(KOFIH)

EDCF, 코이카 외
12개 부처, 청


* 출처: '18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정부의 일자리 정책 기조에 따른 일자리 예산 확대, 과연 양질의 일자리인가

세 번째 추진 방향인 <함께하는 ODA>의 첫 번째 과제는 ‘ODA 생태계 육성 등을 통한 일자리 기여’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위원회를 신설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ODA 분야의 일자리 예산도 크게 확대됐다. 국제개발협력 분야 국정과제에도 ‘글로벌 인재양성 확대를 통한 민간 일자리 창출 기여’, ‘ODA 분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들어가 있어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코이카의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reative Technology Solution, 이하 CTS)’ 예산은 2015년 신설 당시 34억 원에서 올해 85억 원으로 3년 만에 약 2.5배가 급증했다. CTS는 개발도상국의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2015년 10개, 2016년 6개, 2017년 17개의 사업을 지원했다. 청년 인력 양성을 위해 코이카와 EDCF에서 진행하는 기존 청년인턴 사업 외에 ‘개발협력 코디네이터’ 사업도 신설됐다. 개발협력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현지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실무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약 12억이 책정됐다. 또, 국제기구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기구 초급전문가 파견사업(JPO:Junior Professional Officer)’ 예산은 약 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2배가 증가했고, ‘국제기구 다자협력전문가 파견사업(KMCO:KOICA Multilateral Cooperation Officer)’ 예산도 2017년 14억 원에서 올해 23억 원으로 늘어났다.
 
작년 대비 전체 ODA 예산이 증가했고, 일자리 예산은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다른 부문과 비교해 최소 2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타당성과 효과성이 검증되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리고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결과적으로 일자리의 ‘수’를 늘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대개는 1-2년 단기의 계약직 위주라는 점에서 양질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라고 보기도 어렵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제 단순히 청년들의 ‘진입’만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진입 이후에도 전문성을 쌓아나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는 비단 숫자의 증가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국가협력전략(CPS)의 실효성 강화와 인도적 지원 확대가 가져올 변화는?


위에서 언급한 주요 변화들 말고도 이번 18년 시행계획은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을 방불케 하는 굵직한 변화들이 많다. 중점협력국에 대한 지원전략인 국가협력전략(Country Partnership Strategy, 이하 CPS)의 실효성 강화도 그 중 하나다. CPS는 현재 중점협력국 조정 시기인 5년에 맞춰 모두 같은 주기로 일괄 수립되고 있는데, 이를 협력대상국의 국가개발계획 주기에 맞춰 탄력적으로 수립하고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5년 3월 기존 중점협력국을 24개로 재조정하고, 이에 따른 CPS는 2016년 12월에야 수립을 완료해 특히 신규 국가나 제외 국가는 적용 시점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중점협력국 조정이나 해당 국가의 개발전략에 맞추어 CPS 수립 및 갱신 기간을 단축하면 그 공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사업 심사 시 CPS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SDGs와 연결해 CPS의 국가별 중점협력분야를 개선할 예정이다.
 
자연재해나 재난을 예방하고 피해를 복구하는 데 쓰이는 인도적 지원 예산은 지난해 900억 규모로 전년 대비 약 2배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1,391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러한 예산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난민 문제 등 인도적 위기가 점차 심화되는 환경인 데다 정부가 2015년 수립한 「인도적 지원 전략」에서 “중장기적으로 인도적 지원 총액을 OECD DAC 회원국 평균 수준까지 증대”하겠다고 목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기준 OECD DAC 회원국의 ODA 대비 인도적 지원 비율은 평균 12.7%인데 반해 한국은 3.2%로 4분의 1 수준이었다. 지난해와 올해 예산 증가로 이 비율은 다소 오르겠지만, 한국의 경제 규모나 전체 ODA 규모와 비교하면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인도적 지원 전체 예산이 2016년 461억 원에서 올해까지 약 3배가 증가할 동안, 인도적 지원 민관협력 예산은 지난 3년간 30억 규모를 유지하다 올해 1.4배 증가해 42억 원이 책정되었다. 전체 예산 증가 폭에 비하면 일부 증가한 셈이다.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이번 18년 시행계획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드러난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여러 문제와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계기 속에서 수립된 만큼, 새로운 정책 변화들이 많이 제시되었다. 다행스럽고 긍정적인 출발이지만, 지난 몇 년간의 시행계획에 비교해 유독 큰 변화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그간의 한국 국제개발협력 행보가 얼마나 답보 상태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마냥 반갑게 맞이할 수만은 없는 이유도 분명하다. 명칭 폐지와 예산 삭감까지 논의하던 새마을 ODA가 다시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마치 없었던 일처럼 부활한 것은 기존 농촌개발사업이 모두 새마을로 둔갑하던 지난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같은 새마을운동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면 적폐이고, 문재인 정부가 하면 괜찮은 건가? 우리는 지난 자원외교, 새마을운동, 코리아에이드 등의 사례를 통해 ODA가 정권의 정치적 목적과 결합했을 때 어떤 폐해를 낳는지 이미 충분히 학습했다. 물론 국제개발협력 정책이 당시 정부의 정책 기조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선택의 근거가 권력을 가진 소수의 주관적인 의지만은 아니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목적과 가치가 더 정교하고 분명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찌 됐든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이번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넘어 국제개발협력의 혁신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18년 시행계획이 그 토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사 입력 일자: 2018-01-31

작성: 이유정 발전대안 피다 간사 / daralee0123@gmail.com



[1]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추진전략은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과 매년 수립하는 '연간 국제개발협력 시행계획'으로 나뉘며, 연간 시행계획은 장기 전략인 기본계획의 큰 기조에 맞춰 매년 세부 방향과 과제를 선정하게 된다. 2016년에서 2020년까지의 5개년 전략인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의 추진방향은 ‘통합적인 ODA’, ‘내실있는 ODA’, ‘함께하는 ODA’였으나, 2018년 시행계획에서는 해당 항목이 ‘효과적 ODA’, ‘투명한 ODA’, ‘함께하는 ODA’로 변경되었다.
* 참고: [피움 9호] 문재인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청사진, 과연 장밋빛인가?(2017.07) http://pida.or.kr/221063597788

[2] 국무조정실이 매년 실시하는 ODA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ODA에 반대하는 응답 비율이 2011년 11%, 2012년 12.7%, 2013년 12.7%, 2014년 13.5%, 2015년 16.4%, 2016년 20%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11년과 비교하면 약 2배가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