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15호]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 2편 – 대학원생 연구자편 : 국제개발협력분야 대학원생 연구자의 목소리를 듣다.

201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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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 2편 – 대학원생 연구자편

: 국제개발협력분야 대학원생 연구자의 목소리를 듣다.


발전대안 피다에서 오는 메일을 통해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소식을 관심 있게 지켜 보고 있던 필자는 같은 청년세대인 대학원생 연구자가 고민하는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지난 6월 23일 참여연대 카페 통인에서 열린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 제2회 대학원생 연구자편’에 참석했다. 30여 명 남짓한 참석자들은 주로 국제개발협력 전공을 하는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포함하여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로 보였다.


‘사람이 꽃피는 발전의 길 제2회 대학원생 연구자편’은 피다가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고 있는 주체들의 성장이 곧 발전이라는 것에 주목하여 2018년 한 해 동안 진행하고 있는 강연 시리즈의 두 번째 행사이다. 발전에 대한 문제의식을 누구보다도 절실히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전문 연구자’가 아닌 사람들. 따라서 자신의 연구 과정을 성찰하고 성장할 기회가 드문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또한 현지에서 직접 연구를 수행하며 개발과 연관된 현지 주민들의 삶 속에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비추어 논문을 써낸 생생한 경험을 나누는 자리였다.


▲ 연구 경험을 나누는 패널들의 모습 ©발전대안 피다



토크 콘서트에는 총 2명의 청년 연구자가 패널로 참여하였다. 두 패널의 연구는 ‘미얀마’와 ‘네팔’의 현지 주민을 직접 찾아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현장연구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단기간에 현지 주민과 만나서 이뤄가는 현장연구는 그만큼 언어적인 측면, 문화적인 측면 등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두 연사는 모두 자신들이 참여한 개발도상국에서의 봉사활동들을 통해 생긴 문제의식을 느껴 대학원에 진학하였다고 이야기했는데 이전의 경험이 자연스레 공부에 대한 욕구로 이어진 듯 했다. 이들은 주로 현지에서 수행되는 다양한 국제개발협력 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현지 주민 ‘개인’이 그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나타나는 변화를 보고자 했다. 그것은 미얀마에 관한 연구처럼 해외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강제이주에 따른 외적 변화이기도 했고, 네팔에 관한 연구처럼 교육개발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여성의 임파워먼트 같은 내적 변화이기도 했다. 전자는 경제특구라는 거대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주거 및 생계 불안정, 자급자족에서 임금노동자로 노동의 형태가 달라지며 이주민들이 겪는 혼란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단순히 거주지를 이전하는 것이 아닌 일의 형태가 달라짐에 따라 농민이었던 이주민은 자본이 원하는 노동자가 아닌 잉여노동자로 전락하는 것을 개발이 근본적으로 갖는 배제의 메커니즘이라고 보았다. 연구자는 “현장 주민들의 적극적인 목소리를 잘 담아내어  변화의 상황에 놓인 현지 주민의 모습을 포착해야 했는데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정작 연구자 신분으로서는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웠다”는 이야기도 공감이 되었다.


후자인 네팔 연구자의 경우, 문해 교육이라는 연구주제에 맞게 현지 주민들과의 소통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였다. “현지 주민들이 행하는 모든 일상적인 생활의 모습이 가치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그곳에 가게 된다면 그들과 삶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현지 주민들에 대한 애정을 담은 소회를 밝혔다. 두 연구자는 또한 현장연구를 수행하며 다양한 현실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부족한 연구비와 제한된 시간의 문제로 질 높은 현장연구를 하기 어려웠던 점, 언어의 한계, 라포를 형성하거나 초기 접근이 어려웠던 점들도 이야기하였다


▲ 질문 중인 참가자의 모습 ©발전대안 피다



마지막으로 대학원 졸업 후 자신의 진로에 대한 질문이 공통으로 발표자들에게 주어졌다. 두 연구자 모두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청년 연구자들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두 석사과정을 마친 후 NGO에서 일하거나 박사과정으로 진학하지 않고 취업하여 충분히 일을 해야겠다고 했는데 국제개발협력분야가 제공하는 다양한 기회 속에서도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발표자들의 이야기에서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은 앞으로 나의 삶에서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지에 대한 우선순위가 명확하다는 사실이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계속 관심 갖겠지만 현실적으로 안정된 곳에서 일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길을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개발협력 분야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시스템에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점과 꼭 국제개발협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을 개발협력 안으로 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말은 이번 강연을 듣는 참가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행사에 참여한 청년 연구자들의 말을 들으면서 현재 국제개발협력 연구가 가진 많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많이 나와서 더 질 높은 현장연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러한 토대를 갖추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연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안정적인 연구비 등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하고, 국제개발협력의 생태계가 더 좋아질 수 있도록 대학원 국제개발협력 전공과 연구소와 유관기관들이 서로 협력하는 장기적 연구 프로그램이 수행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현지에서 연구자들이 생활할 수 있는 안정적 거주지가 마련되고 원활한 언어 소통 및 현지 주민들과의 교류를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 연구자가 현실적인 한계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주체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 그 위에서 더 좋은 연구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연구에 대한 실제적인 이야기도 많았지만, 한편으로 매우 솔직한 개인적 고민을 들을 수 있었던 자리였다. 발표자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많은 힘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참가자들에게도 발표자들의 경험에 비추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으리라. 더 나은 개인의 삶과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것. 그것이 피다가 그리는 발전이라면, 토요일 밤, 작지만 뜨거웠던 이 자리에서 나는 그 과정을 본 듯하였다.



기사 입력 일자: 2018-07-31


작성: 이재영 요한기독학교 교사 / sasa29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