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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다's View[16호] 반복하지 말아야 할 한국 개발주의와 댐 건설의 비극

2018-09-28
조회수 2583

반복하지 말아야 할 한국 개발주의와 댐 건설의 비극


1986년 10월 30일에서 2018년 7월 23일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댐" 사이의 악연은 길고 길다. 많은 피움 독자들이 기억하기에는 조금 빛바랜 얘기지만 1986년 10월 30일은 당시 노태우 군사정부가 북한의 금강산 댐이 수공(수공)용으로 지어졌으며 북한이 이를 폭파하여 88올림픽을 막으려 한다는 특별담화를 발표한 날이다. 미니어처 모형들까지 동원해서 63빌딩의 절반이 물에 잠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특별담화가 발표된 후 전국은 반공열기로 들끓었고 국민성금이 시작되어 마침내 “평화의 댐”으로 이름 붙여진 방어용 댐이 건설되기에 이르렀다. "국민"(초등)학생들이 TV에 나와 공산주의에 대항하고자 돼지저금통을 털었다는 사연을 전하곤 했으니 지금 같아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전설 같은 얘기이다. 사실 평화의 댐은 물을 막기 위한 댐이 아니었다. 1986년은 한국의 민주화의 열기가 최고조에 이른 시기. 1987년 민주화 항쟁이 목전에 있었고 평화의 댐은 물이 아니라 민주화의 흐름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댐은 민주화의 열망을 막기에는 너무 부실했다. 지금은 하나의 역사적 희극이 되어버린 금강산 댐과 평화의 댐 건설소동은 분명 민주주의 없는 발전, 인간의 희생을 통한 경제성장을 연장시키고자 했던 군사개발독재의 마지막 몸부림이었고 역사적 흐름 앞에 힘없이 무너졌다.  


그로부터 32년 남짓 지난 올 여름 7월 23일 우리는 또 다른 댐에 관한 소식을 들었다. 이번에는 철저히 비극이다. 라오스에서 세피안-세남노이 댐 프로젝트의 일부로 건설 중이던 보조댐 D가 완공 직전에 붕괴한 것이다. 우리는 이 소식을 통해 한국이 평화의 댐으로 지키고자 했던 그런 종류의 발전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내수용이 아닌 수출용이라는 점이 다를 뿐.  SK건설이 시공하고 ‘잘되었더라면’ 서부발전이 27년간 전력을 팔아 큰 수익을 올릴 수 도 있었던 이 프로젝트의 붕괴 피해는 고스란히  댐 하류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라오스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현재까지 39명의 주민의 사망이 확인되었고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실종자는 정부추산 97명, 민간구호단체 추산 수백에 이른다. 살아남았더라도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과 생계수단을 완전히 상실한 이재민이 최소 6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 하류에 자리한 캄보디아에서도 갑자기 쏟아진 물에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이런 수치들은 이들 공동체가 입은 피해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그날 이후 생태적이고 사회적인 연쇄과정을 통해 일어날 피해는 그 규모를 짐작할 수조차 없다. 전통을 이어오던 소수민족들의 공동체가 파괴되면서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될 가능성이 많고 그들의ᅠ언어, 종교적 풍습, 독특한 세계관을 비롯한ᅠ전통과 문화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2012년 10월 19일 SK건설은 홈페이지 내부 "홍보센터"에  다음과 같은 포스트를 올리며 공사를 자축하였다.


"본 프로젝트를 통해 SK건설은 발전소 설계, 구매 및 건설을 맡아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을 수출하게 되며, 한국서부발전은 준공 후 27년간 발전소 운전 및 유지정비를 맡아 그 동안 국내에서 축적된 발전소 운영기술을 활용한 수익창출은 물론 라오스 인력 고용 및 교육훈련을 통한 개도국 기술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또한 전력 구매국인 태국은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 받게 되고, 라오스 정부는 소득세 및 로얄티 등으로 매년 330억의 수익을 얻게 되어 양 국가의 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민간기업과 공기업이 해외에 나가 벌이는 첫 민관합동 사업이자 BOT 사업이란 점과 특히 최근 성장세가 뚜렷한 라오스와 동남아시아 메콩강 유역권에 진출하는 탄탄한 사업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눈을 흘기지 않을 수 없는 자화자찬의 홍보문구를 길게 인용하는 이유는 이 자축사가 최근 한국이 국제개발협력사업에 나서는 관점을 정확하게 요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개발협력사업을 통해 생산자인 한국기업들은 해외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소비자들은 값싼 상품을 즐길 수 있으며 이를 유치하는 "후진국"은 기술과 인적자원개발을 통해 경제발전을 획득하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자축사의 어느 곳에도 그 사업으로 인해 해당지역 주민들이 겪게 될 일에 대한 고려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개발독재는 끝났지만 여전히 사람은 개발사업의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어쩌면 매일같이 민간기업들의 눈먼 이윤추구가 희생자들을 만들어내는 한국에서 이번 사고는 큰 기사거리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세피안-세남노이 프로젝트는 민관합작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사업은 세피안과 세남노이 등 2개의 대형 댐과 4개의 보조댐을 건설하여 41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총 사업비 10억불 규모로, 사업주체ᅠ컨소시움인 PNPC (Xe-Pian Xe-Namnoy Power Company) 형성에 SK건설, 서부발전 등 한국의 기업과 태국 전력공사(EGAT)의 자회사인 라차부리(Rachaburi)가 출자하고 부족분은 수출입은행의 EDCF(국제개발협력기금)가 라오스 정부에 유상원조로 지급하는 민관협력 국제개발협력 사업이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더 엄격한 기준과 공적 감시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사실상 이번 사고로 인해 한국의 민관협력이란 자본의 돈벌이에 관이 자금을 대주는 방식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나 버렸다. 정부는 이미 1994년 동아건설이 이 지역에서 댐 건설 계약을 체결한 이후부터 EDCF를 통해 이 프로젝트를 지원할 방침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동아건설이 부도가 나면서 사업이 중단되었지만 2006년 SK건설과 서부발전이 이 프로젝트를 제기하고 2011년 라오스 정부가 EDCF에 자금지원을 요청했을 때 정부는 한국기업의 해외진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을 뿐 사업의 사회적 환경적 영향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에 참여하려던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환경영향평가의 부적합성을 이유로 자금지원을 철회할 때도 한국의 EDCF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사업의 어떤 과정에서도 공적 자금이 투여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민간사업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단지ᅠ정부는 이 사업이 '수출'과 '원조'를 결합한 새로운 복합금융 모델이라고 선전해왔을 뿐이다.  


개발주의에 심취한 관료들과 자금 상환, 이윤추구가 유일한 목적인 누군가에게는 놀라운 소식일 수 있지만, 모든 개발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 개발행위가 행해지는 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원치 않는 개발이나 그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파괴하는 개발은 말할 것도 없고 당장은 그 목표를 달성해 긍정적인 성과가 눈에 띄는 개발행위 조차도 그 이후에 자연적, 사회적 연쇄과정을 통해 전혀 다른 미래가 그려질 수 있기에 책임져야 할 일들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다. 하물며 공동체의 동의도 없이 강행되고, 당장의 긍정적인 효과조차 만들지 못했으며 공동체의 삶을 직접적으로 파괴했다면 모든 개발행위 중 가장 최악이다. 바로 그런 일이 발생했는데 이를 저지른 주체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시공사는 관리사를 탓하고 관리사는 시공사를 탓하고 있으며 한국정부는 정부의 긴급구호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돈을 퍼주던 민간기업과 선 긋기에 급급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민관협력사업이었다면 이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사고 역시 민관합작이다. 한국정부는 이번 사고를 철저히 조사하고 민관을 아울러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게끔 해야 하며 피해를 입은 라오스 주민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제기할 수 있도록 끝까지 도와야 한다. 나아가 유무상 원조사업에서 엄격한 기준의 세이프가드 도입 등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더 중요하게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부실공사로 인한 프로젝트 실패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사고가 나지 않았고 발전소가 성공적으로 가동되었으며 참가자들이 원하는 몫을 챙겼다 하더라도 개발과정에서 이미 일어난 파괴행위는 감추어지지 않는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1994년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시작했을 때 이미 일차로 강제이주를 당했고 프로젝트가 취소된 후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프로젝트가 제기되었을 때 두 번째 강제이주를 당했으며 결국 이번 사고의 주요 피해자가 되었다. 중간에 시공사가 바뀌었으니 기업들의 책임은 그 역사가 얼마 되지 않지만 이들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자 했던 한국정부는 무려 24년 동안 주민들을 집요하게 괴롭혀 온 셈이다.  


피다는 올여름 캄보디아 동북부의 라타나끼리를 흐르는 메콩지류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방문해 로워 세산 댐2 (Lower Sesan 2)가 지역공동체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다. 주민들의 증언은 강이 단순히 흐르는 물이 아니며 마찬가지로 댐도 단순한 강물을 막는 인프라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세산 댐2는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완공되어 전력생산에 들어갔다. 하지만 댐을 건설하면서 공유제였던 강물이 사적 기업의 전력상품 생산을 위한 사유물로 전환되었다. 강 주변의 공유지는 수몰되었고 주민들은 '강제이주'에 직면했다. 강제이주과정에서 공동체는 파괴되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댐이 서면 물이 막히고 이동경로가 바뀌며 어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의 문화와 강이 가진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 파괴된다. 영양소와 미네랄을 가지고 있는 침전물이 강 하류로 흘러가지 못하면서 하류에서 농업으로 살아가는 주민들 까지 피해를 입는다. 댐 건설로 보게 되는 이득은 힘 있는 자들의 손으로 흘러 들어가 지역의 불평등은 심화된다. 피다가 만난 한 주민은 “나의 마을이 지금 물 아래에 잠겨있는데 눈물에 잠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터전을 잃은 안타까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였다. 인류는 역사이래로 물을 다스려 발전을 도모해왔다. 공동체가 뜻을 모아 이것을 이룬다면 하나의 기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결정과정과 이윤추구가 만나 이를 추구한다면 죽음을 부르는 개발이 된다. 개발행위에는 책임이 따르며 자연과 공동체를 거스르는 개발에 따르는 책임은 무한하다. 금강산 댐과 같은 대형 거짓말을 통해서 지키려고 했던 그런 발전 따위를 수출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 수출과 원조를 결합하는 것은 결코 자랑이 아니라 기밀문서에 숨겨놓아야 할 국제적 망신임을 한국정부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기사 입력 일자: 2018-09-28

작성: 장대업 서강대 국제한국학과 교수, 발전대안 피다 운영위원/ daeou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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