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다뷰[10호] 시민이 참여하는 한국 국제개발협력 목적 설정 공론화 과정을 시작하라

20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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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참여하는 한국 국제개발협력 목적 설정 공론화 과정을 시작하라


정부가 국제개발협력의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청와대는 '공적개발원조(ODA) 제도개선TF'를 준비하고 있다. 각 부처의 자체적인 ODA 제도 개선 시도들을 최고권력기관이 총괄하여 정리하려는 것이다. 무상원조 주관기관인 외교부는 국정과제에 따라'효율∙체계∙통합적 무상원조체제구축'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외교부는 무상원조를 시행하는 타 부처와 다양한 협의를 하고 있다. 다수의 국회의원들은 국제개발협력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KOICA는 약 5개월의 오랜 수장 공백을끝내고 새로운 이사장 공모를 진행 중이다. 10월 중 새로 부임할 이사장은 KOICA 개혁을 위한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새로운 정권초기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법과 제도 그리고 조직과 인사 측면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제개발협력은 국가 간 고도의 정치외교적 행위다. 국제개발협력 실행과정에는 보건의료, 농업, 교육, 정보통신기술 등 분야별 전문성이 필요하다. OECD 개발원조위원회(이하 DAC), UN 등 국제사회에서 형성한 원조규범들은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으며, 개발금융, 투명성, 평가, 파트너십 과 같은 어려운 주제들이 복잡하게 쏟아지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 전문성도 필요하다. 또, 이 과정에서 각 국의 문화와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기는 쉽지 않다.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연계된 것이 바로 국제개발협력이다. 단순히 ‘가난한 이웃에게 빵을 주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복잡다단한 제도와 정책의 종합체인 국제개발협력의 변화는 무엇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한국은 왜 국제개발협력을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를 원조목적이라고 해도 된다. 그렇다면 왜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변화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2017년 9월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시기' 때문이다. 9년 만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 정부가 과거의 많은 제도와 정책 문제를 규명하고, 본래의 의미를 찾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지난 2010년 국제개발협력기본법 제정과 OECD DAC 가입 그리고 2011년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 개최 이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 행보를 해왔다. 관심 없는 지도자, 무능한 관료, 자기 잇속 차리기 바쁜 정부부처 하에서 ODA 규모와 비례해 문제도 커졌다. 결국 지난 정권에서 ODA는 비선실세가 개입해 사적 이익을 취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시민사회가 지난 대선시기 개최한 국제개발협력분야 정책 토론회에서 공개된 각 대선후보 진영의 정책공약도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정책과제에 담긴 국제개발협력분야 과제 또한 실망 그 자체였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철학과 이를 바탕으로 구성된 목적이 없었기에 그 하위 체계와 정책 그리고 전략 등이 마구 엉켰던 것이다.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돌아가는 하위 시스템은 없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많은 제도와 이를 운용하는 정책을 다시 점검하고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 여러 문제들이 드러난 국제개발협력도 그 대상이다. 그런데 그 개혁의 시작이 조직이나 전략과 같은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ODA로 어떻게 우리 일자리를 창출할까' 라는 낮은 수준은 더더욱 안 된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목적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정해야 하는가? 관료나 전문가인가? 관료들과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의사를 온전히 반영해왔나? 그 동안 관료와 소수의 전문가가 주도해 온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성공적이었는가? 시민들이 결정하면 안 되는가? 관료들은 주인(principal)이 아니다. 그들은 시민들이 주권을 잘 행사하라고 맡긴 대리인(agent)이다. 올해 우리 사회는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로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오랜 기간 동안 통치의 대상이었던 시민이 변화의 주체가 되는 과정을 경험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현재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진행 중이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갈등이슈인 원자력발전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그리고 일반 시민이 참여해 논의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정부가 몇 차례 공청회를 개최하고 몇 명의 전문가와 시민단체대표가 참여하는 데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공론화 과정에는 일반 시민이 중요한 행위자로 참여하고 있다. 원자력이슈의 공론화와 같이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목적을 결정하는 작업에 시민이 참여해야 한다.
 
발전대안 피다는 정부가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정부는 현재 진행하는 국제개발협력 개혁논의의 최우선 이슈를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목적설정'으로 선정해야 한다. '한국이 왜 국제개발협력을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답을 찾아야 한다. 내년이면 ODA 예산이 3조에 달할 것이다. 불분명한 목적하에서 현재의 분절화된 수행체계가 생산해내는 정책과 전략 그리고 그 하위의 사업은 비효율성만을 증대시킬 뿐이다. 이제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인류 보편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추구가 혼재되어 있는 데다 실질적인 역할을 못 하는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의 제3조 기본정신 및 목표를 우리 사회 다양한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 재구성하고, 그것에 맞게 정책과 전략을 연계해야 한다.
 
둘째,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목적 설정'을 위한 사회적 대 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관료와 전문가만이 국제개발협력 정책방향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시민사회, 학계 등 이해관계자 그룹 외에 일반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 과거에 해오던 시민 대상 설문조사를 시행하거나, 시민사회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정부위원회에 시민사회 대표를 참여시키는 방식을 뛰어넘어야 한다. 사회적 토론과정의 구체적 방식으로는 현재 추진중인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참고할 수 있다. "특정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인 공론화 과정을 개설하고 일반 시민이 참여하게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제안한다. 현재 추진 중인 정책과 조직 수준의 개혁논의들을 잠시 미루고 가장 최상위 수준의 이슈인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목적을 논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공론화 작업을 시작하라. 그리고 이 과정에 일반 시민을 참여시켜라. 우리 사회는 이를 해낼 만큼 충분히 성숙하다.
 


기사 입력 일자: 2017-09-26

작성: 발전대안 피다 운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