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포스트코로나 특집 (5)] 아프리카인사이트 허성용 대표 인터뷰 "우리 사회 안에서 사람들이 개발협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성찰할 때예요"

2022-03-31
조회수 2421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햇수로 3년째.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두가 혼란스러웠던 지난 해, 피다는 재난 속에서도 대안을 찾고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며 분투한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자리들을 마련했었다. 상반기에는 피움 지면을 통해 <멈춘 시간 속에서 알게 된 것들 – 한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의 기록> 시리즈를 연재했고, 하반기에는 온라인 토크콘서트 <코로나19 재난 속,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다>를 열었다. 그로부터도 1년이 또 지난 지금, 개발협력 시민사회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작년에 이야기를 나눠 주었던 활동가들을 한 명씩 다시 만나 보기로 했다.




포스트코로나 특집 (5)

"우리 사회 안에서 사람들이 개발협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성찰할 때예요"

- 아프리카인사이트 허성용 대표 인터뷰


📌 관련 기사 _ [피움 25호] 4. 행사 후기 : 코로나19 재난 속,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다! (2020.10.) (링크)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2월의 어느 날, 피움 기자단은 아프리카인사이트(이하 아인)의 허성용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0년 10월에 진행되었던 ‘코로나19 재난 속,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다!’ 토크 콘서트 이후로 2년 만의 만남이었다. 차분하고도 단호한 매력이 있는 그와의 대화를 소개한다.



※ 아프리카인사이트는 아프리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옹호활동을 펼치는 국제협력 NGO이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와 그동안의 근황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단법인 아프리카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허성용 대표라고 합니다. 저희 단체에서는 닉네임을 사용하는데, 저는 ‘기린’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단체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계속해 오고 있었고요. 코로나 발생 이후 상황이 많이 변해서, 처음에는 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많이 우왕좌왕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잖아요. 활동을 계획했다가도 정부의 방역 지침에 의해 또 조정을 하게 되죠. 오프라인으로 활동을 계획하더라도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백업 플랜을 세워야 하다 보니, 적극적으로 활동을 진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러한 시간들을 내부 정비,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시스템 갖추기, 모금 등의 기회로 삼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참여하셨던 ‘코로나19 재난 속,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다!’ 토크콘서트 이후로도 계속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현장의 상황이 크게 변했을 것 같습니다. 당시 코로나 팬데믹을 ‘지속가능성, 현지화’를 구현하기 위한 위기이자 기회라고 언급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코로나 발생 이후 3년여가 지난 지금, 이러한 키워드들이 실현되고 있는지, 혹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너무 큰 질문이네요(웃음). 팬데믹이 지속가능성이나 현지화 같은 키워드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준 것 같아요. 국제 연대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기도 했고요. 전에는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기관들이 현장을 자주, 많이 방문하면서 활동을 할 수 있었는데 그런 상황에 제약이 생겼죠.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과연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현지화를 이룩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생겼죠. 이제는 계획상으로서의 현지화가 아니라, 정말 현지에서 이끌어갈 수 있는 체계나 프로그램 구성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아직 큰 패러다임의 전환에 있어서는 미흡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는 의무 격리 기간을 감안하고도 출장을 가는 경우도 종종 있잖아요. 한 가지 걱정되는 건, ‘팬데믹이 잠잠해지고 다시 사업이 재개될 때 ‘지속가능성’이나 ‘현지화’같은 키워드들이 잘 적용될 수 있을까’예요. 이런 부분을 모든 기관들이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프리카인사이트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인 YES(Young Entrepreneur Support) 프로젝트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개발협력의 주요 방식이나 패러다임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도전적인 것 같은데,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구상하고 실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질문 드립니다.


사실 이것도 굉장히 긴 이야기인데요(웃음). 2008년에 처음 NGO 봉사단 소속으로 1년 동안 탄자니아에 파견을 갔어요. 아프리카, 국제개발협력 자체를 처음 알게 된 거죠. 저는 그곳에서 굉장히 의미 있고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것, 알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경험하며 시야도 넓어지고 ‘개발, 빈곤, 불평등’ 같은 요소들도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죠. 아무래도 NGO 소속이다 보니 탄자니아 내에서도 더욱 빈곤한 지역으로 가게 되어요. 당연히 인간적으로 마음이 아팠죠. ‘기술과 자본이 풍부한 시대인데, 이 분들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거 아닌가. 교육, 보건, 의료 등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부분들이 채워진다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렇지만 이 문제가 한 개인이나 한 단체가 풀어 가기에는 너무 방대하잖아요.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고, 어떻게 하는 게 이분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 어떻게 기여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했죠.


현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면, 사업 계획서를 세우는 단계에서부터 현지분들의 주체성이 약화된다고 봐요. 사실은 이 부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거든요. 그러나 쉽지는 않죠. 형식적인 절차는 거쳤지만 현지 분들의 니즈가 파악이 안 된 경우도 많고, 아니면 아예 형식적인 절차조차도 건너뛰는 경우도 생겨요. 결국 그런 프로젝트들이 이후에 지속가능성이 없어지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여러 부작용을 만들어내는 경우들이 발생하죠. 이미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분들에게 ‘돕겠다’고 온 사람들조차도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돕고자 하는 마음이 우리의 역량보다 앞서나갈 때 많은 문제가 일어나는 것 같아요. 뜨거운 마음보다는 적절한 방식, 즉 현장에서 삶으로 살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 중요하죠. 저희 아인은 대상화되었던 아프리카 현지인분들의 ‘주체성(ownership)’을 기르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려면 처음 접근하는 방식부터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역량, 리더십, 주체성’을 지닌 현지 파트너를 발굴하고, 그 사람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서포트하는 게 우리의 역할인 거죠. 


아델라인(Adeline)이라고, 한국에서 대학, 대학원까지 마치신 케냐 여성분이 계세요. YES 프로젝트에 대한 비전이 있으신 분이었죠. 2014년에 한국에서 만났는데, 일에 대한 서로의 가치관이 너무 비슷했어요. 그분과 함께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YES가 시작되었고요. 처음부터 ‘사회적 기업을 만들겠어!’라는 다짐으로 시작한 건 아니에요. 운이 좋았죠. 결국은 역량과 진정성을 갖춘 현지 리더십을 찾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그 결과는 가히 엄청나죠. 쉽지는 않지만, 현지의 진정한 니즈를 파악하고 그걸 구현해 보고 싶었어요. 그게 바로 YES 프로젝트고요.



뉴스를 봐도 코로나와 관련해서는 주로 한국과 한국 주변국들의 상황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YES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펠로우들이 전하는 현지의 코로나 상황은 어떤가요? 


사람을 만나는 서비스를 하는 팀들은 아무래도 타격이 많이 있었고요. 케냐의 케이스를 보면 백신 보급률이 한국 같은 나라들에 비해서는 느리고, 정부의 통계 수치에 대해서 신뢰를 하기보다는 ‘저 수치가 정확한가?’하는 의문이나 의심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저희가 대부분 젊은 청년 대표자들을 만나고 소통을 하다 보니까, 수도에서는 마스크도 잘 쓰고 손 세정도 잘 하지만 코로나 자체에 대해서는 엄청 두려워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요. 작년 중반 이후로는 외식업이나 서비스업들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회복세를 타고 정상화되어간다는 뉴스도 있더라고요.


언론에서는 아프리카의 백신 보급률이 너무 낮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우리가 보기에 거기는 소외되어 있고 여전히 사각지대로 느껴지는 면이 있는데, 그 안에서는 나름대로 이미 위드 코로나로 살아가는 모습이 있고, 또 각국 정부들에서도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 통제를 하는 정책도 실시했습니다. 다만 어디나 그렇듯이 도시의 슬럼가에 사는 주민들이 코로나 확산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었어요. 일용직으로 생활하시는 분들은 통제를 실시하면 이동에 제약이 생겨 일을 못하고, 그러면 생활비를 벌 수 없어 바로 의식주에 직격탄을 맞는 거예요. 우리나라도 소규모 자영업자분들이 크게 피해를 입으신 것과 비슷하죠. 한편 지방으로 가면 인구밀도가 낮으니까 마스크를 안 쓰고 지내시는 분들도 많고요, 감염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서 그냥 지내시는 분들도 계세요. 전체적으로 수도나 큰 도시를 제외하고는 침착하게 일상을 살고 있고, 우리만큼 두려워하거나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는 분위기로 보입니다.


코로나로 계기로 한국 사회에 지구촌 모두가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이 확산된 측면도 있는 반면, ‘외부인’으로 규정되는 집단에 대한 타자화와 혐오는 더욱 공고해진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이후 국내에서 아프리카, 아프리카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있었나요? 


특별히 코로나 이후에 국내에서 흑인이나 아프리카에 대한 혐오가 늘어났다는 건 못 느꼈어요. 대신 정부 차원에서는 코로나가 발생하고부터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자를 훨씬 더 보수적으로 발행하고 있기는 해요. 작년 말에도 오미크론 변이가 남아공에서 처음 보고되었을 때 국제사회가 아프리카 국가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볼 수 있었죠. 세계는 정치적, 경제적 힘이 약한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과 그 나라 출신 사람들에 대해서 정당하지 않고 형평하지 않은 처우나 대우를 많이 하고 있어요. 코로나를 떠나서도 아프리카 지역은 늘 중요하지 않게 다뤄지거나, 어떤 미래의 잠재적인 이익과 국가적인 이익을 생각하면서 의도적인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요. 외부인임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껴서, 아프리카 대륙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깊게 들어가서 다가가고자 하는 인식이 있는가 하는 질문이 필요하죠.


아프리카는 대륙이잖아요. 한 대륙에는 정말 많은 나라들과 다양한 민족 집단이 있고, 언어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너무나 방대한 공간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큰 곳을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서 이야기하니까 추상화가 되고, 또 한국에서 접하는 여러가지 뉴스들이 부정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보니 부정적 강화학습이 일어나게 되죠. 사실 사람은 누구나 모든 것에 조금씩은 편견이 있을 수 있고, 그 편견이 긍정적인 것일 수도 부정적인 것일 수도 있는데 저는 부정적인 인식이 반드시 나쁘기만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지금의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은 현실보다도 너무 부정적인 쪽으로만 치우쳐 있는 것이 문제죠. 모든 것이 부정적이기만 한 건 아닙니다 하고 나침반을 조정해 드리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의 고유한 발전 경험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침략국이 아니었고, 굉장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 빠른 경제 발전을 이뤄낸 모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죠. 우리만의 문화적인 강점과 개발 경험을 가지고 차별적인 스토리텔링과 관계 맺기를 통해 함께 손잡고 가는 모델로서 좋은 사례들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한 첫 단추는 특정 국가에서 화려하고 큰 개발협력 사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안에서 사람들이 개발협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성찰하는 것이라고 봐요. 빈곤 포르노의 시선으로 여전히 불쌍한 사람 도와주는 일, 시혜적인 자선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세계시민으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가 많이 필요하죠. 우리 국민들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왜 우리가 국제개발협력을 해야 하는지, 이게 어느 한 쪽만 좋은 일이 아니라 서로에게 좋고 바람직하고 중요한 일,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하고 (아인이 하는 것처럼) 지역에 대한 이해나 사람을 키우는 작업들이 함께 이뤄져야 해요.


더불어 지금의 후원 문화나 아동 결연 사업과 같은 방식의 전통적인 모델들이 굉장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봐요. 사회적 경제와 ESG 이야기도 하고, 과연 비영리 개발협력 기관들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에 대해서 한 수 더 내다보고, 국민들이 이 일을 같이 해 나가는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게끔 투자하고, 개발협력에 대한 철학과 한국만의 가치에 대한 담론을 확장하고 생태계를 넓혀 가는 데 힘을 쏟아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더 다양한 주제를 소규모 기관들이 많이, 건강하게 건드리는 식으로 성장해 나가야 하는데 메이저 기관들이 전통적인 모금 방식으로 시장을 포화시킨 상태로 고착화되어 있거든요. 이 부분에 있어서 선배들도 길을 열어 주고 도전하는 청년들도 많이 있어야 하는데, 일단은 잘 안 오려고 하기도 하고 뛰어난 청년들이 개발협력에 왔다가도 너무 힘들어서 나간단 말이에요. 우리가 지속가능하지 않고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데 무슨 개발협력을 합니까? 세계에 대한 개발협력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런 어려움들을 바꾸고 개선하는 작업들에 특히 리더십의 자리에 계신 분들이 노력을 기울여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개발협력계의 선배로서, 이 분야를 꿈꾸고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또 어려운 질문인데요 (웃음). 솔직히 한국의 개발협력 분야에 토양이나 생태를 바라볼 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그런 어려움들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고,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범위해서 노력은 하는데요. 이 분야는 분명히 너무나 가치 있고, 너무나 보람차고, 또 본인이 이 일을 하면서 더 행복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해서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한 부분, 해외에 나가고 누군가를 돕는 그런 부분만 생각을 하고 오신다면 처음 2-3년 정도는 어떨지 몰라도 10년, 20년을 바라보면 계속 내가 이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이 생길 거예요. 그래서 저는 좀 더 솔직하게 다가오시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선배들도 자꾸 화려한 모습을 보여 주면서 바람을 넣으면 안 되지만 후배님들도 뜬구름 잡듯이 자꾸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굳이 꼭 개발협력을 하실 필요는 없어요. 개발협력이 잘 맞고, 이 자리가 정말 자기 자리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발협력 생태계가 다 같이 건강해지려면 모두가 스스로에게 좀 더 솔직해져야 하고, 이 일이나 자리가 자기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메타인지가 필요해요. 그러니까 개발협력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들어오시고, 활동가든 인턴이든 어떤 형태로든지 해 보시고, 해 보시면서 다양한 여건이나 자기 적성을 확인해 보세요. 그렇게 현장과 사람을 많이 경험하시면서 이 일이 맞는지 안 맞는지 판단하고 자기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만들고 내적인 성찰과 외적인 환경에 대한 고민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죠.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은 자기가 이 일을 하면서 불행한데 자꾸 그걸 억누르고 사명감만 가지고 한다든지, 혹은 그 반대의 경우를 말하는 건데 이건 문제가 있거든요. 해 보고 안 맞으면 개발협력 분야 내부가 아니어도 개발협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영역에도 자리가 많이 있어요.


앞선 얘기가 2-3년 정도 활동을 하시면서 고민을 하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면, 정말 초입의 분들께는 어쨌든 모든 게 현장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슈와 사람들, 아젠다가 있는 현장 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살을 부대끼고 같이 웃고 울고 땀 흘리면서 그걸 자기 것으로 체화한 경험이 가장 중요해요. 저에게는 그게 탄자니아와 세네갈에서의 삶이었고 친구들이었어요. 그게 저에게 너무나 큰 자산과 동력이 되었고 저를 너무 행복하게 해 줬기 때문에 지금도 힘들고 지치는 것이 있을 때 그 에너지로 나아갈 수 있어요. 어떤 사업을 할 때도 바로 거기서부터 생각을 출발시킬 수 있는 관점을 배울 수 있었고요. 우리가 어쨌든 굳이 많은 일 중에 개발협력을 통해서 타인의 삶과 환경을 바라보고 같이 협력해서 더 잘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했을 때는 그런 공감 능력과 현장을 읽어내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너무도 중요해요. 어떠한 이론적인 얘기들보다도 배우는 자세, 흡수하는 자세로 가까이 다가가서, 장비나 기술들을 내려놓고 인간 대 인간으로 그 사람들과 같이 밥도 먹고 함께 하는 경험을 선택하실 수 있다면 그것에 시간을 투자하시면 좋겠고요. 그것을 통해서 내가 정말 이 일을 맞는지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여러 이슈들 중에 나에게 개인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지거나 더 눈에 걸리는 게 있다면 당사자분들께 실례가 되지 않고 그분들이 허락하시는 범위 안에서 현장 속으로, 사람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해 보시라는 게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이에요.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행복을 챙기면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자기가 행복하고 자기가 지속가능 하다는 것은 외적으로 돈을 많이 받는다거나 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가치 정립이 잘 되어 있다는 거예요. 그게 안 돼 있으면 나중에 사고가 나고 탈이 나더라고요. 물론 누구든 안 그러고 싶은 사람은 없겠죠. 그런데 조직에 들어갔는데 여건이 그렇게 안 돼 있어서 번아웃이 오기도 하는 거고요. 하지만 커리어의 어느 단계에 있든 이건 노력을 해야 하는 부분이니까, 함께 행복하기 위한 여건들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터뷰를 통해 개발협력, 특히 아프리카에 대한 그가 겪은 자세한 경험, 그리고 아프리카를 향한 사랑, 열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 중에 나눈 다양한 고민들을 시작으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생태계가 조금씩 변화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인터뷰 진행/정리: 피움 기자단 2기

유하랑 (hara1201@hanmail.net)

최수은 (justlikehannah@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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