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10호] 발전대안을 찾아가는 시민들의 찐한 행동, 네팔 시민현장감시단 ① 두 손 모아, 나마스떼(Namaste)!

20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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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대안을 찾아가는 시민들의 찐한 행동,
네팔 시민현장감시단

① 두 손 모아, 나마스떼(Namaste)!


[편집자 주] 발전대안 피다(ODA Watch)()바보의나눔의 공익활동 지원사업으로 시민이 직접 개발협력현장을 감시한다라는 기조로 지난 3년간 시민현장감시단 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2015년에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캄보디아, 2016년에는 아프리카 르완다올해는 서남아시아 지역의 네팔을 활동 국가로 선정해 한국 국제개발협력 활동 전반을 모니터링하고현지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보았는데요피움 10호부터는 총 2회에 걸쳐 네팔 시민현장감시단의 담아내고자 합니다첫 번째 기사는 감시단의 준비과정과 지난 8월에 다녀온 현장조사 내용을 전반적으로 풀어봅니다.. 다음 호에는 감시단의 상세한 조사 결과와 제안사항들을 실을 예정입니다.    


▲Action Aid Nepal 사무실 앞에서 네팔 시민현장감시단의 모습

 (상단 왼쪽부터) 유영우, 이장형, Mr. Rajkishor Rajak, 한재광 (하단 왼쪽부터) 송수니, 김계신, 이재원 ⓒ발전대안 피다


가지런히 두 손을 모아, 미소를 띤 얼굴을 살짝 숙인다. “나마스떼(Namaste)”라고 짧게 인사를 건네면, 그 누구도 낯설어하는 기색 없이 우리들의 손길과 눈길을 따라 “나마스떼”라고 응답한다.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에게 인사합니다.’라는 뜻을 가진 네팔의 인사는 부드럽고, 온화했으며, 거룩했다. 우리 시민들이 공통으로 기억하는 네팔 사람들에 대한 느낌이었다. 시민현장감시단(이하 감시단)은 그렇게 히말라야의 품처럼 넉넉하고, 거대한 기운이 흐르는 네팔로 향했다.

네팔은 최빈국으로 우리나라의 ODA 중점협력국에 속하며, 한국의 유상/무상원조 사업을 고루 볼 수 있고, 많은 NGO가 활동하고 있어 정부와 민간단체들의 개발협력 활동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국가이다. 더불어 시민들에겐 지난 2015년 대지진 이후의 어려움과 슬픔을 어떻게 딛고, 이겨내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자아내는 나라이다. 큰 국가적 재난이 일어났음에도 행복의 나라 ‘부탄’만큼 행복지수가 최상위에 속한 네팔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이러한 질문들을 안고, 발전대안 피다와 다양한 연령, 배경을 가진 여섯 명의 시민으로 꾸려진 감시단은 지난 8월 14일부터 26일까지 총 12일간의 일정으로 네팔을 방문했다. 우리 세금으로 이루어진 ODA 자금이 현지에서 정말 잘 쓰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미디어를 활용한 국내외 민간단체들의 선정적인 홍보와 모금 방식에 대해 네팔 시민들에게 영상과 사진을 보여주면서 생각을 들어보았다. 그렇게 약 2주간의 현장조사 기간 감시단은 네팔의 곳곳을, 네팔 사람들의 삶 속을 조심스레 파고들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또 모아보는 시간으로 채웠다.



격변의 세월을 견디어 온 네팔


▲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불탑으로 알려진 보우더나트(Boudhanath) ⓒ발전대안 피다



힌두교를 국교로 하는 네팔은 2007년까지 왕정국가였으나 2007년 12월 말, 238년간 지속해 온 왕정을 폐지하고 연방 민주공화국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올해 5월과 6월에는 20년 만에 지방선거가 실시되어 5만 명이 넘는 입후보자가 등록하고, 3개 주 283개 지역구에서 시장과 부시장 등을 선출했다. 그간 네팔은 왕정을 상대로 봉기를 든 공산 반군의 영향으로 선거를 열 수 없었으나 2006년 반군과의 평화협상을 이룬 후, 2014년 연방제를 채택한 헌법을 공포하면서 민주주의 기초를 닦아나갔다. 또, 네팔 국가계획위원회(NPC: National Planning Commission)는 정치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5년이 아닌 3개년 단위의 자체적인 국가계획인 Three Year Interim Plan(이하 TYIP)을 수립해 실행 중이다. TYIP의 비전은 “2022년까지 모든 국민의 생활을 개선하고 네팔을 최빈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발전” 하는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네팔의 장기적인 국가 비전과 3개년 국가개발계획(TYIP)의 성공을 위해 한국의 국가협력전략(Country Partnership Strategy, 이하 CPS)과 최대한 연계해 4개의 중점분야(▲기술직업교육훈련, ▲보건의료, ▲농업, ▲전력)를 지원하고 있다.

감시단은 현장조사를 가기 직전까지 지난 2년간의 시민현장감시단 활동 결과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네팔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공부하면서 네팔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연습을 해 나갔다. 또한, 위에 언급된 네팔의 국가계획(TYIP)과 한국의 CPS 분석은 물론, 관계기관이 제공한 사업자료들을 상세히 살펴보면서 대상별로 사업에 대한 질문을 준비했다.
 


네팔 시민들과 서로 묻고 또 답하며

감시단은 ODA 사업 모니터링을 위해 무상원조 사업 3개와 유상원조 사업 1개를 살펴보았고, 한국 NGO들의 홍보/모금 방식에 대한 네팔 시민들의 인식조사를 위해 Action Aid Nepal에서 연결해 준 마을 한 곳과 네팔 청년 단체인 PGG(Paaila Gaun Gharma, 이하 PGG) 센터를 방문인터뷰 했다. ODA 모니터링 대상 사업들은 네팔의 개발 정책 및 한국 CPS의 중점분야에 따라 선정했으며, 캄보디아(2015), 르완다(2016)에 이어 네팔에서도 새마을운동ODA사업이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이를 대상 사업에 포함했다.

현재 네팔은 높은 실업률과 산업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로 코리아 드림(Korea Dream)을 꿈꾸며 한국으로 오고자 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네팔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한국에서 일을 시작한 시기가 2007년 이후인데, 당시 2~3000명 정도였던 이주노동자들은 10년이 지난 지금 4만 명에 육박한다. 이처럼 네팔 내에서 ‘취업’ 과 ‘고용’의 문제는 정부와 시민들의 주요 관심사이자 최우선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한국의 중점지원 분야인 ‘기술직업교육훈련’ 분야에 대한 사업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KOICA에서 지원한 2개의 직업교육훈련 사업을 살펴보았다. 카트만두 대학교 내에 설립된 ‘카트만두 대학 기술훈련센터 설립사업(11-14)’ 과 수도에서 6시간 이상 떨어진 ‘부뜨왈 직업훈련원 건설 사업(08-12)’ 이다. 두 사업은 분야는 같지만, 현지 협력 파트너도 다르고, 사업 방식과 성과가 확연히 달라 기대감과 실망감을 양면적으로 느끼게 했다. 유상원조 사업으로 2000년도에 사업이 종료된 한국수출입은행(이하 EDCF)의 ‘모디강 수력발전소 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오래 전에 종료된 사업이고, 네팔에는 EDCF사무소가 부재해 EDCF의 협력을 얻진 못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른 유상원조 사업(차멜리야 수력발전소 건립 사업)에 참여 중인 한국수력원자력과 네팔 전력청(NEA: Nepal Electricity Authority)의 적극적인 협조로 살펴볼 수 있었다. 모디강 수력발전소는 중간 규모의 수력발전시설로 사업이 끝난 지 1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네팔의 전력생산을 위해 부지런히 돌아가는 시설들을 보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타 부처 사업으로는 행정안전부 보조금으로 수행된 새마을운동중앙회의 ‘네팔 새마을운동 시범마을 조성사업’ 조사를 위해 치트완군 피플레 지역을 방문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더운 날에 가가호호 방문하며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고단하기도 했지만, 마을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기억에 많이 남는 시간이기도 했다.


▲부뜨왈 직업훈련원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왼쪽)과 EDCF 모디강 수력발전소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오른쪽) ⓒ발전대안 피다



또한, 현지 시민단체인 Action Aid Nepal(AAN)의 도움으로 카트만두 인근 지역의 산속 마을 내 여성 그룹을 만나 ‘발전’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민간단체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홍보/모금 방식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들을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한국 NGO인 ‘네팔 품 청소년문화공동체’의 도움으로 네팔 청년 그룹인 PGG와 간담회를 했다. 대부분이 시골 출신인 PGG 청년들은 현재는 카트만두에 거주하며 공부하는 대학생들이지만, 자신이 성장한 마을과 주민들, 동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하고, 실행하는 그룹으로 마을 활동가로 성장하려는 꿈을 갖고 있었다. 살아오면서 마을에 대한 경험이나 고민이 크게 없었던 필자에게는 네팔 청년들의 의지와 꿈이 낯설기도 했지만, 청년들이 꿈꾸는 마을을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그들이 준 울림을 두고두고 곱씹게 되었다.
 


모두가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고민하는 길


▲ 한 마을의 여성조합원들과 이야기하는 감시단 ⓒ발전대안 피다


언어는 잘 통하지 않더라도 네팔 사람들과 함께 둘러앉아 한바탕 수다의 장을 펼치고 나면 우리 모두 원하는 것은 그리 다르지도, 거창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두 함께 잘 먹고, 잘 살자는 것!’


한편으로는 수십 쪽에 달하는 평가보고서에 적힌 전문적인 용어와 수치들에 어지럼증과 허탈감을 느끼기도 했고, 개발협력의 복잡함과 어려움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또한, 지원이 끝난 뒤에도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KOREA’ 라는 이름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것으로 생각하니 개발협력은 무엇인지, 꼭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머릿속을 오갔다. 여전히 우리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이행하는 현실에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을 느꼈고, 현장을 거울삼아 우리 모습을 되돌아본 기회가 되기도 했다.

올해는 현장의 고민을 더욱 생생히 전달할 수 있도록 감시단 결과 보고회를 영상 상영회 형식으로 준비하고 있다. 영상 촬영은 또 다른 도전이었지만 더 많은 시민에게 활동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을 전달하려면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시도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네팔 사람들의 믿음처럼 개인의 존재와 삶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을 위한 정의로운 한국 원조가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민현장감시단이 하나의 길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나마스떼!


▲ PGG 청년들과 함께 ⓒ발전대안 피다



나는 마을에서 태어나 마을이 나를 길렀어요.
나는 마을을 지키는 히말라야 아들, 딸이에요.
마을 사람들에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요.
하지만 마을의 교육은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어요.
그럼에도 나는 우리 마을이 가지고 있는 단단한 지식이 보여요.
마을 사람들과 그 지식을 더욱 폭넓게 나눌래요.
우리는 그곳을 지킬 의무가 있어요.
나는 나의 마을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PGG 청년들의 목소리-



기사 입력 일자: 2017-09-26

작성: 이재원 발전대안 피다 애드보커시팀장 / tony5jw@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