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포스트코로나 특집 (2)] 차홍선 회원 인터뷰 "현지의 주도성이 성장의 계기가 됐어요"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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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2년째.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두가 혼란스러웠던 지난 해, 피다는 재난 속에서도 대안을 찾고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며 분투한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자리들을 마련했었다. 상반기에는 피움 지면을 통해 <멈춘 시간 속에서 알게 된 것들 – 한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의 기록> 시리즈를 연재했고, 하반기에는 온라인 토크콘서트 <코로나19 재난 속,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다>를 열었다. 그로부터도 1년이 또 지난 지금, 개발협력 시민사회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작년에 이야기를 나눠 주었던 활동가들을 한 명씩 다시 만나 보기로 했다.

 


 

포스트코로나 특집 (2)

"현지의 주도성이 성장의 계기가 됐어요"

- 발전대안 피다 차홍선 회원(코너스톤 대표) 인터뷰


📌 관련 기사 _ [피움 23호] 멈춘 시간 속에서 알게 된 것들 - 한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의 기록 : 두번째 이야기 (2020.5.) (링크)


작년 ‘멈춘 시간 속에서 알게 된 것들 – 한 국제개발협력 활동가의 기록’ 시리즈에서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차홍선 회원(코너스톤 대표)을 만나 지난 1년 반 동안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2년째 계속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것을 일시정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본인만의 방향을 찾아 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그와의 대화를 소개한다. 

※ 코너스톤은 필리핀 북부 마운틴프로빈스의 소농들과 함께 
안정적인 농산물 유통 및 거래를 돕는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소셜벤처이다. 


그간 코로나로 인해 고생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작년에 글을 기고해 주신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어떤 것이었나요? 근황을 말씀해 주세요.

지난번 글을 작년 5월 쯤에 썼던 것 같아요. 그때 필리핀에 가지 못하게 되어서 이제 어떻게 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였는데, 벌써 1년이 넘게 지났네요. 일단은 시간이 엄청 빨리 흘렀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장 큰 변화는 필리핀에 코너스톤의 현지 법인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제가 국내에 있고 현지에서는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을 진행하면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큰 변화는, 원래 저희는 필리핀 현지에서 사업을 먼저 시작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제가 필리핀에 출국하지 못하게 되면서 한국 비즈니스 모델 활동이 강화가 됐습니다. 그래서 한국 국내를 타겟으로 한 제품도 개발해서 이미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코너스톤의 국내 활동 모습 (사진 제공: 코너스톤)


그동안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과 그 중에서도 잘 극복이 됐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우선 현지 사업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해 보면, 저희가 법인을 만들면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를 통해 매출을 내야 하는데 현지에 제가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제품 생산을 위해 팀원들을 조금씩 모집하고 시작하면서, 매출을 낼 수 있는 소스를 현지에서 좀 더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며 극복을 한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한국에서 ‘이건 이렇게 해 주세요’, ‘이건 이렇게 해 봅시다’라고 제시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좀 더 현지 주도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저희가 소셜 임팩트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이 소통을 강화하고 조직을 이루는 과정인데, 제품 생산과 판매까지 한꺼번에 하기에 제가 현지에 있지 않아서 한계가 있더라고요. 비즈니스와 소셜 임팩트 창출을 동시에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것에 한꺼번에 투입되긴 어려워서 현재는 홀딩이 되어 있지만, 천천히 도달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단계별로 진행하려고 했던 것이 극복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은 일상 회복의 국면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다시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있는데요, 현재 필리핀 상황은 어떤가요?

내년부터 KOICA 사업을 시작하게 돼서 안 그래도 요즘 동향을 알아보는 중인데, 필리핀이 여전히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는 국가더라고요. 빨간색으로 표시가 돼 있는 국가는 출장을 제한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지침을 봤거든요. 현지 법인이 있는 상황에서 제가 업무 수행으로 신청을 하면 갈 수는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고 비자나 격리, 지역 내 이동 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확실히 알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일단은 출장을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한인 카톡방에서 뉴스를 계속 올려 봤는데, 필리핀에서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심한 국가는 다시 입국 봉쇄를 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현지에서도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다행히 저희 주변에 계시는 분들은 대부분 백신을 맞으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2년 간의 코로나 사태로 인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언제 어떤 예상 못할 일로 다시 국경이 닫힐지 모른다는 것 같아요. 개발협력을 하는 우리가 이러한 예측불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해외를 계속 왔다 갔다 해야 되는 일을 하는 개발협력 활동가들에게는 이게 정말 너무 큰 위기이기도 하고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2년간 현지 법인에 계신 분들이 ‘이렇게 우리가 하면 되는구나’ 하고 주도적으로 활동을 구성해 나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없이 운영되는 게 오히려 현지 성장의 계기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또 한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필리핀에 있는 건강하고 좋은 NGO와 연결이 되었어요. 어떻게 같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지 논의를 하고 있는데요, 제가 현지에 계속 있을 수 없을 상황에서 어떻게 현지 법인이 건강하게 운영될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했는데, 믿을 수 있는 협력 기관과 믿을 수 있는 저희 현지 법인 스태프들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코너스톤의 필리핀 현지 활동 모습 (사진 제공: 코너스톤)


지난 글에서는 ‘멈춘 시간 속에서 알게 된 것들’이라는 주제로, 멈춘 시간의 의미와 마운틴 프로빈스의 힘에 대해 말씀해 주신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계속되고 있는 이 시간안에서 새로 느끼신 점이 있을까요?

당시 제가 도시 지역보다 저희 사업 지역에서 오히려 커뮤니티 내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이야기는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마닐라에 있는 마케팅 매니저가 아이디어가 되게 많은데요, 코로나로 인해 마닐라의 많은 홈리스들이 먹고 사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을 보고 저희 사업 지역에서 나는 바나나와 식량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약 300명에게 나눠주는 캠페인을 기획해 진행했습니다. 이것을 제가 말씀드렸던 것과 연결을 시키자면, 저희 지역은 자원이 풍부하고 많은데 도시는 그렇지 않아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분배와 연결이 굉장히 끊어져 있다는 걸로 해석을 할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향후에는 도시와 농촌 지역을 연결하는 일을 우리가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지난 글에서 고도로 발전되어 가는 기술의 혜택을 소수만 누릴 수 있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표현해 주셨는데, 지난 1년 반 동안 필리핀 현지와의 온라인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인프라 격차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이런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셨나요?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어요. 제가 한국에 있다 보니, 소통을 온라인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영상통화로 하면 빨리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연결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저희가 인터넷을 설치했는데도 망이 불안정적이고 빠르지 않다 보니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네요. 올해 4월 기초선 조사 때도 오리엔테이션을 해야했는데 연결이 안 돼서 못하게 되는 상황인 거예요. 그래서 합의를 하고 내용 정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제가 동영상을 찍어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연결이 어려워 빨리 진행되어야 할 부분들이 지연되어, 이런 격차를 극복하려고 국제전화를 쓰게 됐습니다. 한 국가를 지정해 월 통화 시간이 정해져 있는 요금제를 쓰고 있는데요. 6월엔 현지와 데이터를 보면서 통화할 일이 있어 요금제를 잊고 5시간 동안 전화를 했는데, 그 달에 전화비만 120만 원인가 나온 일도 있었습니다. 네,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이런 시도도 있었는데 돈도 그만큼 냈습니다. (웃음)


현지 파트너들과 다시 대면으로 만나게 되는 날 가장 먼저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가장 먼저 해 주고 싶은 말은 그냥 진짜 너무 보고 싶었다, 고생했다, 고맙다. 그 말밖에 안 나올 것 같아요. 최근에 친한 언니가 코디가 돼서 필리핀으로 출국을 했는데 언니가 올린 사진을 보면서 새삼 제가 필리핀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깨닫게 되더라고요. 너무 보고 싶네요.



내년엔 조심스럽게 출장 계획도 세우고 있다는 그의 목표들이 모두 잘 이루어지길 바라며,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차근차근 새롭고 다양한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년에는 또 어떤 변화를 이끌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인터뷰 진행/정리: 피움 기자단 2기

윤세리 (serizetheda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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