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사람들[21호] 여러분의 조직문화, 안녕하십니까!?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걸음걸음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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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조직문화, 안녕하십니까!?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걸음걸음-


이제는 ‘성평등’한 조직문화에 대해 고민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한 공동체에 속해 활동하고 생활한다. 그리고 그 공동체의 업무뿐 아니라 ‘분위기’에 적응하고자  노력한다. 아마도 ‘조직 내 분위기’란 ‘조직문화(Organizational Culture)’로 바꾸어 말 할 수도 있겠다. 조직문화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개인의 개성처럼 다른 조직과 구별되는 개별조직 고유의 독특성이다. 이 독특성을 설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구성요소는 구성원들의 가치 의식(선호하는 가치, 태도, 신념, 경영철학, 기업정신 등)과 행동방식(행동 성향으로부터 업무수행 방식, 대인관계 방식, 욕구표출 방식 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신유근, 1993)1).' 가치 의식과 행동방식은 조직구성원들의 비공식적 행동규범이자 공동체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에 대한 고민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구성원들이 어쩔 수 없이 순응할 뿐이었다. 


   

▲음파음파 워크숍 시작 모습 ©발전대안피다


그래서 참여했습니다! 음파음파 워크숍

발전대안 피다도 분명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지만 ‘우리 조직이 정말 건강할까?’라는 고민이 늘 가슴 한 켠에 있었다. 특히, 작년(2018년)부터 올해까지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 을 마주했던 과정은 피다가 그간 성폭력적/성차별적 문화를 용인해왔던 과거를 짚어내지 못했던 불편한 사실들과 돌아보고, 정비하지 못했던 조직문화에 대해 깊이 성찰하며 내부의 해결 과정을 거치게 된 시간이었다. 올해 주요 활동 중 하나로 <조직문화 모니터링 제도 구축> 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예방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했다. 이같은 이유로 피다는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가 주최한 <시민사회단체 성평등한 조직문화 만들기 워크숍 : 조직문화, 음파음파>에 참여하였다. 각 공동체는 저마다의 활동 ‘스타일’과 각기 다른 구성원들로 채워져 있어 모두가  온 마음을 다하지 않으면  누구도 만들어줄 수 없는 것이 조직문화이기에 점검하고, 돌아보며 변화를 이끌어내는 교육법 등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한 11개의 기본기

워크숍은 민우회에서 작년에 출간한 <누가 만들어주면 좋겠지만 누가 만들어줄 수 없으니까 (     )이/가 직접 만드는 조직문화>라는 긴 제목의 워크북을 기본 교재로 활용했다. 특히,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한 11개의 기본기를 하나하나 소개하고, 실제 사례를 통해 교육에 참여한 개인들의 경험과 각 공동체의 조직문화를 돌아보게 했다. 

  1. 말할 수 있는 공간: 변화는 ‘모두’가 안전하게 말할 수 있을 때 시작된다.
  2.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 누군가에게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게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3. 허용되는 것과 허용되지 않는 것: 조직 안에서 무엇이 괜찮고, 무엇은 안되는가? 
  4. 소통: ‘의미를 잘 전달하기 위한 말하기’와 ‘의미를 놓치지 않는 듣기’
  5. 결과보다 과정: 그 사이를 오가는 모두의 애씀.
  6. 신뢰: 변화는 ‘우리는 같은 팀이다’라는 신뢰 속에서 만들어진다.
  7. 공동의 감각: 각자 조직문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꺼내놓고 맞춰갈 때 가능하다.
  8. 서로를 살피기: 우리는 ‘일’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9. 서로의 대나무숲: 동료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야 조직문화는 변할 수 있다.
  10. 모두의 몫: 모두가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당사자! 각자 몫이 있다.
  11. 지속적인 점검 : 구성원도 공동체도 꾸준히 점검하고 갱신해야 한다.

▲표1.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한 11개의 기본기 (한국여성민우회)


기본기를 하나하나 읽어보면 거창한 내용은 아니지만 지키기 꽤 어려운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또한, 어떤 리더에 의해서, 아니면 조직구성원 중 조직문화의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 소수의 노력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다는 점도 새삼 깨달았다. 결국 선언적인 약속이나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고, 적응해가는지, 평등하고 안전하게 느끼는 일터 환경은 무엇인지 등을 꾸준히 함께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는 일상적 실천이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워크숍 중반쯤에 이르러서는 2가지 기본기(▲말할 수 있는 공간, ▲소통)에 대해 참여자들과 조별 토론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기본기인 ‘말할 수 있는 공간’에서는 어떤 조건에서 말하기가 어렵고,  어떤 조건에서 안전하게 말할 수 있다고 느끼는지? 를 나눴고, 두 번째 키워드인 ‘소통’에서는 조직 내에서 소통할 때 걸림돌이 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해보았다. 

말할 수 있는 공간
소통

나는 (        ) 조건에서 말하기가 어렵다.

  • 상대방이 적대적인 태도를 가진
  • 왜곡된 인식이 있는
  • 권위적인 조건
  • 평가를 당할 두려움이 있는
  • 문제제기를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 변화할 것이라는 신뢰가 없는

내가 속한 조직에서 소통할 때 걸림돌이 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 방어적인 태도
  • 공적인 영역을 넘어선 사적인 친분
  • 세대 차이
  • 너무 배려하는 문화
  • ‘다른 곳은 더 심해!’라는 식의 하향 평준화 식의 비교문화
  • 권위주의, 관료화
  • 번아웃과 생활고
  • 효율성과 결과 중심의 일 문화


나는 (        ) 조건에서 안전하게 말할 수 있다.

  • 소수의 구성원이라도 나의 말에 공감과 지지를 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 그런 조건은 없다 (항상 위험부담은 있다)

▲표2. 2가지 기본기에 대한 구성원들의 생각 나눔 정리 (이재원 재구성)


이러한 이야기 나눔을 통해 조직 안에서 ‘말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알게 되었고, 구성원들의 위치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성찰되지 않을 때 사람들이 말하기를 어려워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말을 하고 난 ‘그 이후’를 함께 이끌어나갈 동료들과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의지’에 대한 갈망이 컸다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조별 토론과 참여 워크숍 모습 ©발전대안 피다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가진 피다를 위하여

워크숍이 마무리될 즈음 다시 ‘피다는 정말 건강한 조직인가?’ 라는 질문이 스쳐갔다. 완벽하진 않지만 건강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애쓰고 있는 시점까지는 온 듯하다. 


앞서 밝힌 대로 피다는 올해 성평등하고 민주적인 조직문화 구축과 모니터링 제도 마련을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첫 번째로는 지난 7월의 입장문서 <우리부터 꽃피우자: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서 밝힌 조직문화의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회원워크숍을 통해 피다의 성평등 약속문을 제정하고 조직문화 점검 체크리스트를 마련하고자 한다. 두번째로는 정기적인 조직문화 점검 세미나를 통해 체크리스트에 따른 연간 이행상황 점검과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또한 조직 구성원들이 민우회나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 등에서 제공하는 젠더감수성 교육에 참여하여 지속적인 재교육을 가능케 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사무국 관리자가 실무자와 각 활동팀과의 정기적 면담을 통해 현재 느끼는 조직문화상의 문제는 없는지, 어떤 개선이 필요할지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자 한다. 성평등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첫 자리로서 올가을(10-11월) 중 성평등 약속문과 조직문화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회원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완벽한 조직문화를 추구하기 보다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지점들을 늘려가는 과정을 즐기고, 변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그득한 피다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획들을 실천해나가려고 한다. 회원들과 피다를 지지하는 많은 회원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기사 작성 일자 : 2019-09-26



작성 : 강하니 발전대안피다 사무국장, 이재원 발전대안피다 애드보커시팀장 / pida1025@gmail.com




1) 신유근. 1993. “리포트-우리나라 기업문화의 현주소와 방향설정.” 72-78


*참고 :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워크북 ‘누가 만들어주면 좋겠는데 누가 만들어주는게 아니니까 (     )이/가 직접 만드는 조직문화’ 신청하기  : http://www.womenlink.or.kr/minwoo_actions/20910?f_query=워크북